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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최악 가뭄으로 인한 단수 사태를 막기 위해 전국의 소방차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강릉 홍제정수장에서 그림자처럼 운반급수를 돕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재향소방동우회 회원들이다.
퇴직 소방공무원들로 이뤄진 이 단체 회원 35명은 운반급수를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 7일 현재까지도 매일 10명 교대로 자리를 지키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주 임무는 정수장에 도착한 소방차에 호스를 결합하고, 물이 원활하게 분사될 수 있도록 호스를 정리하고, 급수에 이상이 없는지 지켜보는 일이다.
이진호(67) 회장은 "호스 결합도 훈련받지 않은 일반 시민이나 공무원들이 할 수 없다"며 "퇴직소방관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현장"이라고 말했다.
급수 지원 초기에는 소방관들 혹은 재향소방동우회원들이 대신해서 호스를 잡고 물을 뿌렸다.
그러나 수압을 최대로 끌어올려 지름 65㎜ 호스를 7∼8㎏/㎠ 압력으로 분사하면 소방관들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수압이 강해 밸브를 여는 직원과 호흡이 잘 맞지 않는 경우 넘어져서 다칠 위험이 컸다.
대형화재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화재 현장에서 40㎜ 호스를 5㎏/㎠ 압력으로 분사하는 데에도 관창수와 이를 보조하는 대원이 있어야 하고, 65㎜ 호스는 관창수와 보조수까지 3명은 있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압이다.
이에 재향소방동우회는 버팀목과 끈, 철사 등을 이용해 호스를 정수장 펜스에 고정했다.
이 회장은 "처음 며칠은 손으로 잡고 분사하느라 애먹었다. 소방차에서 물을 쏟아낼 때 1대당 적게는 5분에서 길게는 10분 정도가 걸리는데, 5분 정도만 잡아도 상당한 힘이 든다"며 "호스를 놓치면 뱀처럼 흔들려 다칠 수도 있어 고정 장치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운반급수 현장에 자원봉사를 나선 이유는 전직 소방관으로서의 자부심과 한 시민으로서 가뭄 사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원 김남용(67)씨는 "집에 있으니 물을 쓸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며 "나와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직 시절 상수도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물이 부족한 마을에 부분적으로 급수 지원을 나간 적은 있었지만, 이런 재난 상황은 없었다"며 차원이 다른 재난"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회장은 "전국에서도 최고 많은 재난업무 현장을 겪었지만, 이런 급수 지원은 처음"이라며 "강릉이 이렇게 물이 부족한 곳인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저도 공무원 출신이지만, 이번 가뭄 사태를 지켜보면서 '공무원들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안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시원하게 비가 쏟아져서 해갈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현재 강릉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강원지역 소방차 20대와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차 51대 등 총 71대가 연곡정수장과 동해·속초·평창·양양지역 소화전, 해경 경비함정 등에서 담아온 물을 홍제정수장으로 나르고 있다.
현재까지 총 2천457회에 걸쳐 2만1천752t을 운반했다.
소방청은 이날 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전국 소방본부에서 1만t급 이상 물탱크차 20대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