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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용의 무딘칼날
작성자
김영순
등록일
2014-05-25
조회수
2532
내용

당신은 참 오랫동안 대단한 분으로 살아 오신 듯 합니다.
당신 윗사람 입장에서 당신은 참 감동적일 만큼 최고의 부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당신 같은 부하가 있었다면 행복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하들이 볼 때 당신는 최악의 직장 상사이자
소중하고 명예로운 직장분위기를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조직의 암적인 존재가 아닌가 합니다.

당신 주위에는 당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신을 대변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당신은 잠시 잡고 있는 권력의 무딘 칼날만을 믿고 의지하는 가엾은 존재감이 아닌가 합니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 울타리 안에서 최고라 자부하지만 당신이 만든 작품들은 그저 싸구려에 불과하고
당신만의 셀프 공적용이고 모두를 어지럽게 하고 혼란과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당면했을 때 야비하고 치졸하고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곤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챙길 건 다 챙기며 살아왔습니다. 당신은 오랜시간 언제나 갑들 중의 갑이였으니까!
당신이 과거 걸어왔던(더럽게 핥으며 왔던) 짧지 않은 시간들은 순진무구한 젊은 청년들에게는
공포와 긴장과 불만과 불평, 어둠만을 남긴 처절한 역사였습니다.

당신 인품과 능력, 지위 때문에 당신 앞에 모두들 굽신거리는게 아닙니다.
당신 부하들은 학교에서 군대까지 조건 없는 상명하복에 길들어져
당신이 아닌 내 직장을 더 사랑하고 착하고 성실하게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가신처럼 당신에게 충실해 번개 빛 출세한 부하 몇 명은
동료들을 위해 O잡고 반성해야 합니다. 대신 나머지는 당신으로 인해 길지 않은 직장생활에서
행복감을 헌납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건들어 버릴것입니다.
정중히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O잡고 오늘밤 반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청렴하고 결백하게 살아왔는가! 과연 그래서 지금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되는가!
오늘 이자리까지 어떻게 윗사람들을 모시며 아랫사람들 쥐어짜며 살아왔는가!

당신에게 줄서는 못난 부하들에게 그 잘난 직위를 이용해 작고 큰걸 얼마나 받아쳐먹으며 살아왔는가!
기억 없는 오래전 일이고 책임질 시간 흘렀다고 두다리 뻗고 발뺌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 전 땅에 묻힌 폭탄도 터지면 똑 같이 치명적이라는 진리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두 지난 일들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은 있습니까!

이제 그만 "만용의 무딘 칼날"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당신이 섬겼던 몇 선배들처럼 떠나는 뒷모습이 쓸쓸하고 초라하지 않을려면...

"항해사가 선장 권한을 행사하면 배는 침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