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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초소방서 홈페이지 게시글]젊은 사자들 (그들의 등은 편안하고 따뜻했다.)
작성자
속초소방서
등록일
2009-09-03
조회수
1035
내용

 

 

젊은 사자들 (그들의 등은 편안하고 따뜻했다.)  
작성자: 전용섭   작성일 : 200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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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獅者들


-그들의 등은 편안하고 따뜻했다.-


그일이 있고 처음으로 컴퓨터앞에 앉았으니 실로 14일만이다, 그 동안 나는 일생일대의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었다, 아니 아직도 그 경험의 후유증을 가혹하게 치루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가끔 영화나 소설속에서나 발생할수 있다고 믿었던 그런 일이 나에게 발생한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였다.


8월초 어느날, 우리는 1박2일의(8월11일~12일) 설악산 공룡능선을 등정하기로 결정하고 희운각에 하룻밤 예약까지하고 등산기간동안 각자가 스스로 필요한 장비와 식량등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8월 11일 새벽 06:00에 동서울 터미널에 모여서 속초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행들 모두가 등산 동호인이면 누구나 가슴설레게 하는 공룡능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분의 분위기를 엿볼수가 있었다, 아~~~! 몇 년만에 다시찾는 공룡능선인가~~~??


다만, 한가지 마음에 다소 께름직한 것은 일기예보였다, 태풍 모라꼿이 대만을 강타하고 중국본토 상하이를 지나서 北西進중이므로 우리나라와는 직접적인 영향권과는 상관이 없으나 태풍이 몰고온 수증기의 양이 많아서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내용이였다, 어째거나 우리가 한계령에 도착했을때 우리는 서울의 열대야와는 너무도 다른 선선한 기온으로 雲霧가 산허리를 감싸는 듯 雲海로 뒤덮힌 설악은 마치 동양화를 보는듯한 또다른 묘미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10:20분 우리는 한계령 휴게소를 뒤로하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런대로 발걸음도 가벼웠다, 단숨에 서북능선 삼거리에 올랐으나 기대했던 확트인 시야를 기대하기란 어려웠지만 구름속에 감추어진 깊고 험한 거대한 산의 떠다니는 운무와 운해는 또다른 경이로운 산의 신비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끝청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이제부터는 비가 내리는 능선 코스를 따라 우리는 갈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능선을 따라 전진을 계속하던중 나는 앞의 비스듬한 바위로 된 길을 만나게 되였다, 밑쪽으로는 다른 회원이 지나가길래 나는 위쪽을 택해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길옆의 나뭇잎새를 잡고 한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빗물로 미끄러워진 바위에서 균형을 잡기가 곤란함을 느끼고 뭔가 단단한 것을 잡으려고 했으나 나를 지탱해주던 나무입새는 너무나 허약해서 오히려 나는 그것을 놓고 둬바퀴를 스스로가 낙법으로 굴러버렸다, 그것은 거의 순간적인 본능적인 행동이였으며 나는 주위 사람들이 넘어진 나를 비탈에서 끌어올려서 앉혀 놓을때까지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순간적이지만 나의 오른쪽 발이 이상이 있음을 나는 직감할 수가 있었다, 발가락과 발의 감각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으나 등산화를 신은 발이 제멋대로 노는 것으로 봐서 뼈가 부러진 것이 확실하였다, 그때가 2009년 8월 11일 14: 15분이였고 사고지점은 09-09 지점이였다.


즉시, 우리는 119로 사고발생을 신고하면서 긴급히 구조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119 상황실에서는 사고 지점과 현재의 피해상황 등등을 확인하고 저체온에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는 일단 끊었다, 계속해서 비가 오고있어서 우선 등산 일행들이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 방석을 깔아주고 안정을 취하게 하여주고 버너를 피워서 커피와 햇반등을 따뜻이 만들어 한잔씩 마시고 햇반으로는 가슴에 넣고 몸에서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온병 역할을 하도록 조치하여주었으나 해발 1,400m의 산꼭대기의 날씨는 복중(伏中)이였으나 으스스 해오기 시작하였다, 그때부터 나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자세로 고통스럽고 지루한 시간과의 투쟁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순간순간 후회와 번민, 불안과 충격, 좌절과 고통으로 왜 이 고생을 하는지를 자문하기도 하고 그러나, 이 상태에서 이곳에서 구출되여 무사히 돌아갈수나 있을까(?)가 나의 가장 큰 이슈가 아닐수 없었다.


몇차례 119 상황실과의 통화로 우리는 다음 사항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우선 날씨관계로 헬리콥터기가 뜰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구조대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구조대의 현장도착은 18:00 경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였다, 나는 겉으로 내색은 할수 없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거의 나의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판단되였다, 우리 일행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으므로 두친구만(최광현, 태재열) 내옆에 남기고 나머지 7명은 계속 전진을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나는 119 상황실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그들의 현재위치와 현장 도착 예정시간등을 확인하면서 상황실에서는 친절하게도 11명의 구조대가 떠났다고 확인하여 주었다, 119 구조요원 4명 국립공원관리공단 구조요원 4명, 대한산악연맹 수속 민간구조대원 3명등이 이미 오색을 출발하여 사고지점인 09-09로 향하고 있으며 18:00경에는 도착한다는 전갈이였다, 우리는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는 유일한 희망이 구조대의 도착이기 때문에 그들의 도착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빗줄기는 더욱 세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18:00 정각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구조대는 도착하였다, 119 구조대의 第一聲이 ‘환자분~~! 이제 안심하십시오, 저희들이 왔으니 환자분은 구조되셨습니다.’ 아~~~! 이 얼마나 듣고 싶었던 얘기였던가~~? 한순간에 나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듯 했다, 그들의 숙달된 손길로 나의 다친발은 에어 빽으로 고정시키고 배낭과 모든 거추장스러운 물건들은 별도로 수거한후 구조대 한분이 내앞에 등을 내밀고 배낭처럼생긴 멜빵으로 나의 엉덩이와 허리부분을 감싸서 그의 등에 밀착시킨후 그와 나를 일체화시킨후 그를 다른 구조 대원들이 손을 잡아 끌어서 이르켜세우고 다른 몇몇대원들은 나의 엉덩이를 밀어세우고는 나를 업은 대원이 능선을 오르고 내리고 또 달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한두번의 이러한 시도는 나로 하여금 거의 까무러칠 지경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탈진시키기에 너무도 충분하였다, 나는 나를 업은 구조대원이 힘들어 하면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면서 깊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힘들어하는 그들만큼 나 또한 같이 힘들어하는 동병상련(?)의 아픔과 고통으로 심신을 지치게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는 당초 구조대가 도착하면 당연히 당가(Stratcher)를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니 그 멀고 험한 산길을 어떻게 등에 업혀서 내려올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것은 나의 선택사항이 아니였다, 나를 구조하기 위해서 11명씩이나 젊은 구조대가 만사를 제치고 비를 뚫고 올라왔는데 그들의 명령에 차분히 그리고 성실히 따르는것이야말로 내가 사는길이라는 것을 깨달코 나는 그들의 위로와 격려속에 새로운 용기를 다짐하면서 그들과의 일심동체의 자세를 보이면서 우리 팀은 서서히 적응되면서 많은 익숙함을 서로가 느끼게 되였다, 처음에는 내가 업혀서 좁은 길을 달리다보니 아픈 오른쪽 다리가 나뭇가지나 바위에 스치게 되면 말할수 없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데 그런 것이 구조대원에게는 환자 후송에 걸림돌이 되는 행동들이였다, 구조대원은 ‘그냥 환자분께서는 무생물처럼 믿고 가만히 늘어져 계셔야 됩니다.’ 라고 충고하는 것이 아닌가? 다친 다리가 바위나 나뭇가지에 스치지 않게 하는 것은 바로 구조대원들이 하는일이 라는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오히려 업혀서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어쩌면 더 효율적이였다, 그저 안보고 안 느껴야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눈을 뜨고 있으면 자꾸 움직이게 됨을 어쩔수가 없었다, 이제 산속의 밤은 너무도 빨리 찾아와서 사위가 깜깜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1명의 구조대원들의 머리위에서 반짝이는 해드 렌턴과 몇몇이서 앞길을 터주는 핸드 서치라이트가 비내리는 깊은산을 대낮처럼 밝혀주고 있었다, 나는 나의 최대의 관심사인 언제쯤 한계령에 도착할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119 대원의 대답은 ‘최소한 10:15분에는 도착해야죠~~왜냐하면 우리들도 미달이를 봐야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화요일 선덕여왕을 하는 날이였다.


구조대원들의 일체감과 사명감은 거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서 업고 걷는 대원앞에는 꼭 한두명이 있어서 ‘언제라도 힘들면 나한테 얘기하고 인계해~~~!’ ‘ 아니야, 내가 좀 더 갈게~~!’ 그리고 업혀있는 나한테도 ‘눈을 감지마세요~~! 잠을 주무시면 안됩니다. 불편한점 있으시면 얘기하세요~~~!’ 라고 친절히 다독거려 주었다, 나는 그들의 행동에 너무도 감동하여 ‘아니, 어떻게 이런일을 하시게 되였나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저희들의 본분인걸요~~~그리고 직업이고요~~~.’ 라고 너무도 쿨하게 대답을 한다.


나는 잠시지만 평소 생각해 왔던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 대하여 내가 가지고 있었던 나의 편견이 스쳐지나감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것은 결코 ‘내 직업이거든요~~!’ 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였다, 그것은 무한한 인간사랑과 투철한 사명의식 그리고 희생적인 봉사정신이 아니고서는 감히 얘기할수 없는 그런 부분이였다.


119구조대원의 등에업혀 마지막 108 계단을 내려오니 한계령 휴게소앞에 119 앰블런스가 문을 열고 대기하고 있었다, 나를 당가에 태우고 히터가 돌아가는 훈훈한 앰블런스에 태운후 뜨거운 물을 주면서 몸을 녹이라는 119 대원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아~~~! 이제야 살았구나~~~!’ 하면서 나는 안도의 숨을 쉬였다. 끝


그 이후 나는 속초병원을 거쳐 당일 강남 세브란스로 후송되여 오른쪽 다리의 수술을 하고 8월 19일 퇴원하여 지금까지 집에서 요양중에 있습니다, 다만 이번 경험을 계기로 나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굴의 의지와 엄청난 희생정신으로 맡겨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며 우리들의 믿음직한 ‘젊은 사자들’에게 나의 마음속 깊은곳으로 부터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바입니다.

 

 나는 그날의 사건을 충격과 경악으로 시작하여 고통과 두려움으로 진행되였지만 훈훈한 한편의 감동의 인간드라마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