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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방이라는 멍에를 진 우리의 삶이 아름다울 때...
작성자
김영수
등록일
2009-12-21
조회수
1257
내용

 

삼척소방서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대진 외 1명의 구급대원(소방사 최근혁)이 지난 11월 9일 05:19경

꺼져가는 한 생명 앞에서 혼신을 다하여 CPR과 제세동을 실시 한 사건이 있었다.

분명 제세동 중 심장은 파동을 보였으나, 이송병원에 도착하였서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한 중년 남자의 모습을 두 눈 가득 담고 돌아와야 했고,

며칠 후 염려스러움으로 한 통의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응답이 없었기에 불안감이 쌓였고,

수차례 더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더 이상 통화시도를 하지 못했고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 누군가 묻지 않으면

잊혀질 지도 모르는 사건이 되어 가고 있을 무렵 인사발령으로 구급담당자의 변동이 있었다.

그가 바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구급 무자격자이다.

임용 초임시절 선무당 같은 구급활동을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인터넷 세상은 구급활동 또한 많은 정보와 지식이 필요한 환경으로 바꾸어 놓았다.

구급대원들과의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내용은 담당자로서 알고 있어야 했기에

업무관련 기본법령 등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CPR 생명지킴이와 관련된 사항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얼핏 본 기억으로는 부족했기에 조금 더 꼼꼼이 보다보니,

얼마 전 추출한 데이터 중 심폐소생술 후 소생여부에 대해 미확인 또는 DOA라고 적힌 것이 생각났다.

미확인에 의문이 갔고 구급대원들의 추적관리가 현실적으로 곤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급대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CPR 생명지킴이란

내용이 펼쳐지면서 오늘 글을 쓰게 만든 그 날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먼저 당시 현장 활동을 했던 대원과 통화 또는 직접 얘기해보았다.

그 중 한명은 당시 그 분이 동창 아버지란 얘기를 건네 온다.

그래서 전화하기가 더욱 곤란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생사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혹시나 돌아가셨으면 두 눈에 가두어 놓았던 유족들의 눈물을 풀어놓을 우려도 있었지만,

소생하셨다면 현장에 있었던 구급대원이나 그 분을 위해서라도 하나의 징검다리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확인해보기로 결정을 내렸고, 확인 된 그 순간 무신론자이지만 신께 감사드렸다.

더욱이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시며 그 분 또한 구급대원들을 꼭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전해오는 순간은 흥분된 순간 이였다.

어쩜 제3자 일지도 모르는 나조차도 이렇게 전율을 느끼는데 그 직원들은 얼마나 가슴 어릴까?

일단, 만남의 약속을 하였다. 하루라도 빨리 대면시켜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조급함을 감추지 못하였지만, 그 분은 언제든지 괜찮다는 부드러움으로 대해주셨다.

12월 18일 18:10으로 약속시간을 정하고 당시 대원들에게 약속 일자를 알렸다.

나에게 누차 고맙다고 말하는 그 직원의 목소리가 안타깝다.

당연한 일을 누군가 해주지 못함이 안타깝기만 하다.

드디어 약속의 날!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와야 할 직원이 오지 않고 전화도 없다. 조바심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아뿔싸! 오후에 산화가 발생했다는 지령이 스쳐간다.

센터로 전화를 걸어보니 짐작 그대로였다.

약속시간이 지났기에 그 분께 먼저 전화를 드렸다.

상황을 전하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다음날 같은 시각으로 다시 약속을 구했다.

웃음 썩인 목소리로 괜찮다는 말씀이 소방이라는 멍에를 쓴 내 가슴을 어루만진다.

이렇게만 살수 있다면 무엇이 우리를 외롭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물고 간다.

약속을 미루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직원의 전화가 걸려왔고 잘 말씀드렸으니 염려 말라며,

변경된 약속이 내일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그래요’하며 너무 기뻐하는 그 느낌이란....

주말이 있어 서두르길 잘한 것 같다.

아마도, 오늘 밤 그 직원은 산화 진압으로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잊은 체 어릴 적 소풍가기 전날과 같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어둠은 아름다울 내일을 그리며 지나갔고, 우린 도시락 가방 대신 한대의 카메라와 맥박측정기를 손에 들고 또 하나의 추억을 가지러 갔다.

마치, 냇가에 널려있는 조약돌을 주우러 가듯이....

‘딩동 딩동’ 누구세요? 기다렸음을 말해주듯 동시에 문이 열리고, 약간은 작은 키의 중년쯤 되어 보이시는 맑은 미소의 아저씨 한분과 자식인 듯한 두 명이 젊음이 함께 반긴다.

제복을 입고 있어서 인지 어디서 왔냐는 말도 없이 악수를 건네오는 그 분의 두 손을 함께 잡아주고 그 동안 쌓아놓았던 그림움과 안타까움을 온 방안 가득 풀어 놓는다.

현장에 없었던 나로서는 오고가는 얘기로 당시 상황을 조각조각 맞추기 시작했고, 잘은 모르지만 죽음을 가까이 둔 상황 이였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의식도 이틀 후에 돌아오셨다고 한다. 여러 차례 전화를 받지 못한 건 2주 가량 입원해 계셨기 때문 이였다.

그 분은 평소 운동을 즐기시며 건강에 자신 있으신 분이시다.

한쪽 구석에 있던 러닝머신이 눈에 들어온다.

유대원이 조막조막 알기 쉽게 그 때 상황을 재연하듯 설명하며, 앞으로의 대처방안까지도 세밀하게 알려드린다. 내가 들어도 명쾌하고 분명하다. 내 얼굴에 살짝 미소가 지나간다.

그 분이 직업이 궁금해서 지금 하고 계시는 일을 여쭤 보았다.

하하! 한 바탕 웃음 바다가 될 뻔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조용히 히히! 웃는다.

한의원에 다니신다고요! 혹시 그럼 의사선생님? 그건 아니라고 말하신다.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던 유 대원을 생각하면 일단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의원에서 운전이랑 기타 일을 도와주시는데 그래도 현재 자신의 몸 상태는 잘 알고 계신다. 그러한 부분이 또 한번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재발 할 수 있는 병인만큼...

처음 대면한 사람들이 서로를 잊지 않으려는 듯 꽤 오랜 시간 깊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유대원이 이제 자신에게 더 없이 소중한 한 생명이 되신 그분의 맥박을 재어본다. 행복하게 건강하소소....

돌아오는 구급대원들의 발걸음이 가볍고 묵직함을 느낀다.

내일 그들은 평소보다 더 밝은 아침 햇살을 맞이할 것이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참아야 하는 순간순간은 많지만, 단지 ‘제발 두 눈을 떠보라고! 일어나라고! 숨쉬라고!’ 그렇게 안타까운 시간은 우리에게 많지 않다.



이제 잘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