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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태백산을 다녀와서
작성자
성지웅
등록일
2020-01-22
조회수
982
내용
오전 06:00 손목시계 알람이 울렸다. 
오늘은 의무소방원 극기훈련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잠자리를 정리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준비를 마치고 우리는 스타렉스에 앉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눈 덮힌 산과 들을 정신 없이 보던 와중 2시간이 흘러 태백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주위가 온통 하얗다. 
경남에서 살던 나는 강원도의 추위에 적응하던 중이였지만 문을 열자마자 밀려드는 한기에 '오늘 고생 좀 하겠다' 라고 생각하였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서장님을 선두로 우리는 태백산 등반을 시작하였다. 
오르막인 산을 오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강원도의 추위와 태백산의 위엄은 그 힘듦을 두배 더 상기 시켜줬다. 
헉헉 거리면서 계단 천개만 오르자라는 마음으로 산을 타지만 이내 체력은 고갈되고 애꿎은 물만 축냈다.
체력이 약한 우리를 배려해주신 서장님은 후미가 뒤로 뒤쳐질때면 선두에서 우둑하니 우리를 기다려 주셨다.
산에 대한 각종 지식을 들려주면서..
중간지점에서 우리는 짐을 풀고 잠깐 쉬면서 총떡, 닭강정을 먹었다. 배도 고픈건 고픈거지만 산에서 그리고 주위가 눈이 덮힌 하얀 풍경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왜 굳이 산에가서 라면을 먹나라는 질문에 답을 구했다.
다시 짐을 챙겨 우리는 출발하였고 그때부터는 추위와 바람, 그리고 진눈깨비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기 전 까진 몰랐지만 중간을 넘어서 헉헉 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온 세상이 내 아래에 있었고 위에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정상에 도착하였다. 내 발 아래있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끼고 이제는 콧물인지 땀인지 모를 얼어버린 조각들을
얼굴에서 때냈다.
항상 산에 오면 느끼는 것이 있다. 산에 오를 때면 주위에 보이는 것은 없다. 항상 힘들고 숨차며 짜증만 난다.
하지만 점점 오르면서 주위의 풍경들이 달라지며 숨 쉬기가 한결 편해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널처럼 산도 언제 정상에 도착할 지 모른 채 무작정 등반한다.
인생을 살면서 힘든 순간이 오면 주위는 온통 까맣고 힘들고 혼자 있는 것 같지만 터널은 끝이 있고 산은 정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