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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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 !! 눈물의 두타산.. 다시태어난 기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9-07-03
조회수
1161
내용

8월 4일 ..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 휴가를맞아
실로 오랫만에 동해를 갔습니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두눈에 담으며
시원스레 펼쳐진 해안도로를 달리고
원없이 수평선을 봤습니다

설레임때문였는지 .. 고속도로 달리며 마신
아이스커피탓이었는지.. 선잠속에서 동해의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아침 ..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두타산을 향해 출발~
입구 식당에서 점심도시락을 싸들고 물 두병..
이렇게 간단히 준비를 마친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운동량이 거의 없었던 탓이기도 했지만
30도를 웃도는 기온탓에 입구에서부터 숨이차기 시작했습니다
산속에 들어서자 , 울창한 산림덕에 햇빛의 총애는 피했지만
가파르게 시작되는 산길이 적잖히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이것쯤이야 ...하면서 열심히 오르기 시작..
얼마나 갔는지 시장기가 돌고 있음을 느꼈을땐 이미
오후 1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였지만 ,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며 오르고 또 오르고..
숨이 턱에차고 다리가 무거워오고 .. 물맛이 그렇게 좋은지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장장 6시간의 산행끝에 드디어 정상!!

아~~
아담하게 자리한 두타정상의 평지..
수백마리 잠자리의 군무가 우릴 맞았고 앙증맞은 다람쥐가
별같은 눈을 반짝이며 정상을 밟은 우리를 축하해주었습니다
꿀같은 도시락을 먹으며 천천히 올라온길에대해 얘기하고
이름모를 산꽃속에묻혀 사진도 찍고.. 자랑스레 두타산 정상임을 알리는
비석을 안고 기념촬영~~ㅎ
거기까진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하산길을 만만하게 본것이 크나큰 실수였음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산앞에 겸손해야 함을..
자연앞에 고개 숙여야함을..
가슴깊이 느끼게 해주는 시간들 였습니다
미숙한 준비에 후회했고 , 무리한 일정에 후회했고
이런저런 후회속에 후들거리는 다리로 돌길을 헤쳐가며
한발 한발 내려가던중... 6시가 넘고 7시가 넘고
지친 다리는 천근 만근의 무게로 떼어놓기조차 힘에겹고 ..
무릎까지 아파와 도저히 한발짝도 걸을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어릭적에 받은 심장수술로 .. 40년이 넘도록 조심조심 살아온탓에
그렇게 힘든산행이 무리였음을 짐작했지만..그래도 그정도까지라고는
미쳐 생각지도 못했기에 그만 ..
서산너머로 해를 넘겨보낸지가 얼마나 된건지..
계곡의 물소린 이미 귓속으로..가슴속으로 들어온지 오래건만
아무리 내려다봐도 한산길은 멀기만 하고..
한치앞도 분간할수없는 어둠속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결혼한지 20년..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힘든상황에 놓였던게 처음인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19아저씨들이 떠올랐습니다
탈진 상태로 한발짝도 움직일수 없는 나를 업고 내려가겠다는
신랑을 만류하며 119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업혀내려가면 둘다 다칠게 뻔했기에 .. 용기내어 119를 눌렀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산속의 어둠은 칠흙...그 자체였습니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간간이 보석같은 별들이 보였고
누워있는 등으로 느껴지는 돌의 서늘함이 두려움을 한층 부추겼습니다
얼마나 흘렀을까요... 멀리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손전등의 불빛..
아!!! 드디어 살았구나!!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나왔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며 오랫만에
기도도 올렸습니다

씩씩한 구조대 아저씨들이 도착을 하셨고
난생 처음으로 들것이라는것에 온몸을 의탁한채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사실..그동안은 119의 고마움을 그저 남의일이거니 하며
멀찌감치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어둠을 마다않고 달려와주신
아저씨들을 뵈었을땐..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을때.. 저희가 고맙지요 ~ 하며 내 몸무게가 가벼운걸
오히려 고맙다며 농담스럽게 웃으며 맞장구쳐준 아저씨들이
 죄송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두려웠던 마음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땀을뻘뻘 흘리면서도 웃으면서 얘기를 주고받으시던 그 목소리들이
아직도 귓가에 ..눈에 선한데..
이제서야 감사함을 전합니다

우리 아이의 고모부도 119구조대원 이시기에
평소에 그 어려움을 알고있었지만 ... 이렇게
몸소 체험을 하고 난후에야 비로소 그 위대함을 느낄수있게되어
누구보다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한다는거..
결코 쉽지만은 않을거라는걸 알지만
사명감이 없이는 아무도 그일을 할수없다는걸 ...
그러기에
구조대원 여러분들은 누구보다도 건강하셔야하고
누구보다도 편안한 삶을 사셔야 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그날의 감사함을 다 전할수 있을까요
두고 두고 잊혀지지않을 눈물의 두타산..고마운 분들..
어려운 일을 당할때마다 여러분들의 노고를 생각할겁니다

언제 다시한번 동해를 찾게되면
그날의 고마운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반가이맞아 주실거지요? ㅎ
그날의 저를 기억하시는분이 계시다면 ..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두번다시는 객기어린 맘으로 산을 오르지 않을것을 약속합니다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살렵니다
여러분들이 구해주신건
제 몸과.. 마음까지 였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고
그날의 일들을 웃으면서 여러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전설이되어 두고두고 남을 눈물의 두타산..^^

그날 제 두눈과 다리가 되어주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ㅎㅎㅎ